- 사라지는 것은 주니어의 ‘일자리’만이 아니라 시니어로 자라나는 ‘통로’ 국내 주니어·시니어 개발자 14명 심층 인터뷰로 네 가지 구조적 변화 분석 AI의 윤리·사회적 영향 다루는 국제학회 AIES 2026 논문 채택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문태섭 교수 연구팀은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성장 경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AI가 주니어의 업무를 대신하는 과정에서 숙련된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실무 경험과 시행착오의 기회까지 함께 줄어들고 있음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Who Will Become the Next Senior? How Generative AI Erodes the Development Pathway in Software Engineering’은 AI의 윤리적·사회적 영향을 다루는 국제학회 AIES(AAAI/ACM Conference on AI, Ethics, and Society) 2026에 채택됐다.
생성형 AI는 코드 작성과 디버깅, 문서 작성 등 반복적인 개발 업무를 빠르게 수행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생산성 향상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AI가 주니어의 일을 대신한다면, 미래의 시니어는 어디에서 성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신입 개발자 채용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논문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15대 기술기업의 신입 채용 공고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5% 감소했다. 국내 IT 채용 공고도 같은 기간 43% 줄었으며, 전체 채용 공고 가운데 신입 대상은 4.4%에 그쳤다. 다만 이러한 감소를 생성형 AI만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팬데믹 이후 고용 조정과 경기 둔화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채용 감소의 원인을 규명하기보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주니어 개발자의 역할과 전문성 형성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동안 논의는 주로 ‘AI의 일자리 대체’에 집중됐지만, 연구진은 AI가 대신하는 업무가 단순한 반복 작업이 아니라 개발자가 시행착오를 거쳐 전문성을 쌓는 과정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업무 관련 AI 활용률이 51.8%로 미국보다 높고 공채 중심의 신입 채용도 크게 위축돼 있어, 이러한 변화가 비교적 이르고 선명하게 나타나는 사례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현업 시니어 개발자 6명과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취업을 앞둔 주니어 8명을 대상으로 1인당 약 50분의 반구조화 인터뷰를 수행했다. 시니어 참여자는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전에 입사해 현재까지 재직 중인 경력 6년 이상의 개발자로, 주니어 참여자는 학부 재학 중 생성형 AI 등장 전후를 모두 경험한 세대로 구성했다. 연구팀은 인터뷰 내용을 반영적 주제 분석(reflexive thematic analysis)으로 분석해 네 가지 주제를 도출했다.
첫 번째는 주니어의 업무가 ‘시니어+AI’ 체계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과거 주니어에게 맡겨졌던 단순 구현과 디버깅, 문서 작성 등의 업무를 시니어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직접 처리하면서, 주니어가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도 함께 줄어들고 있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주니어 인력을 크게 줄였지만 생산성에는 측정할 만한 영향이 없었다며, 월 10만원짜리 AI 구독보다 주니어가 나은 게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두 번째로 사라진 것은 단순히 ‘일’이 아니라 ‘실패할 기회’였다. 연구팀은 이를 ‘생산적 분투(productive struggle)’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학습자가 직접 틀리고 고치는 과정에서 지식뿐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고 결과의 오류를 판별하는 능력도 형성된다는 것이다. 주니어들은 이전보다 적은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겠다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같은 분야의 두 과목을 들은 한 참여자는 성적이 똑같이 나왔는데도 한 과목에선 실제 지식이, 다른 과목에선 ‘AI 활용 능력’만 남았다고 했다. 유일한 차이는 ‘과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느냐’였다. 연구팀은 현재의 교육 평가 방식이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시니어 개발자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한 참여자는 시니어가 되는 이유는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경험으로 알기 때문인데, 이제 주니어들은 나쁜 사례로부터 배울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세 번째는 이러한 변화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압력의 결과라는 점이다. 또래 학생들이 모두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상대평가가 사실상 AI 사용을 강제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이 경험한 수업에서는 AI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 실패를 통한 학습 기회의 감소가 대학 강의실에서도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네 번째는 시니어와 주니어가 같은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면서 문제가 스스로 교정되지 않는 현상이다. 시니어 개발자들은 대체로 현재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변화로 인식했다.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AI가 제시한 결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니어들은 바로 그 판단 기준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실무와 실패의 기회를 잃고 있었다. 한 시니어 참여자는 우리는 20년의 경험이 있어 AI 결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다음 세대는 그 위치에 서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괜찮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상황인지이론(situated cognition)’으로 설명했다. 각자가 놓인 위치에 따라 인식할 수 있는 문제가 달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니어와 조직은 주니어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체감하기 어렵고, 문제를 직접 경험하는 주니어는 교육과 채용 구조를 바꿀 힘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생성형 AI만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시니어 개발자들 역시 공식적인 훈련 체계보다 개인에게 주어진 실무와 시행착오를 통해 전문성을 쌓아 왔다. 생성형 AI는 새롭게 만들어진 성장 경로를 없앤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경로를 더욱 빠르게 약화한 계기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생성형 AI로 약해질 수 있는 개발자의 성장 경로를 개인의 노력에 맡기지 않고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자동화가 숙련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도로 보완한 사례는 다른 고위험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항공 분야에서는 자동화로 조종사의 수동 비행 기량이 저하되지 않도록 직접 조종할 기회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FAA SAFO 13002), 원자력 분야에서는 운전원의 대응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시뮬레이터 재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동화가 대신하는 업무 가운데 숙련에 필요한 경험을 의도적으로 보존한 사례다.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대학·채용·기업의 세 영역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학에서는 AI가 학생을 대신해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고, ‘AI 의존도를 낮추는 설계’를 교육 품질의 평가 기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채용 과정에서는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AI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지식 공백과 오류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에서는 신입 개발자에게 실제 제품의 작은 수정 업무를 맡기고 커밋과 코드 리뷰, 배포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등 학습 기회를 의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지도한 문태섭 교수는 “지금 우리가 얻고 있는 생산성의 일부는 다음 세대의 전문성을 앞당겨 쓰고 있는 것일 수 있으며, 이 비용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과는 다른 집단에게 다른 시점에 청구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인지되기 어렵다”며 “이 연구는 그 인지의 사각지대를 실증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을 직접 만드는 학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 기술이 다음 세대의 성장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대학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학부 교육과정 설계 논의에도 연구 결과를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유수민 박사과정생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M.IN.D 연구실에서 알고리즘 공정성과 편향, AI 거버넌스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사람의 학습과 의사결정, 사회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AI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논문이 채택된 AIES(AAAI/ACM Conference on AI, Ethics, and Society)는 ACM FAccT와 함께 이 분야의 양대 학회로 꼽힌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와 미국컴퓨터학회(ACM)가 공동 주관하며 제9회 학회는 오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BK21 FOUR 미래 ICT 선도 인재 양성 교육연구단(서울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참고 자료
- 논문명/학회: Who Will Become the Next Senior? How Generative AI Erodes the Development Pathway in Software Engineering, AIES 2026
- 원문 링크: https://arxiv.org/abs/2607.17067
- 논문 블로그: https://sumin-yu.github.io/next-senior/
- 연구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M.IN.D 연구실(https://mindlab-snu.notion.site)
언론연락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문태섭 교수 02-880-7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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